요즘 건설 업계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야기를 빼놓고는 대화가 안 된다고들 합니다.
특히 Vision 2030과 IKTVA(In-Kingdom Total Value Add) 정책 얘기를 하다 보면 왠지 사우디에 발을 담그는게 맞나 싶기도 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앞으로 몇십 년간 건설 시장을 먹여 살릴 것이다!" 같은 전망은 꽤 오래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면, 기회만큼이나 만만치 않은 난관도 기다리고 있는 복잡한 퍼즐과 같습니다.
특히 한국 EPC 기업들은 현지화(Localization)라는 이름의 높은 벽을 만나고 있습니다..
Vision 2030과 IKTVA 정책이 뭐길래 이렇게 떠들썩할까?
Vision 2030, 이름부터 뭔가 거창합니다. 이게 뭔가 하면, 사우디 정부가 "석유만 믿고 살 수는 없으니 경제 다각화에 나서겠다!"고 선언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입니다. 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IKTVA 정책인데, 간단히 말해 "외국 기업들, 우리 사우디 기업과 손잡고 우리 기술도 좀 키워줘"라는 메시지입니다.
이 정책, 말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외국 기업들에게 꽤 많은 숙제를 던져줍니다.
- 현지 기업과 협업은 필수
- 현지 인력도 고용해야 함
- 심지어 현지 자재를 써야 하니 조달 프로세스까지 고민해야 함
물론 이 모든 걸 잘 지키면 "훌륭해, 프로젝트 수주 가능!"이라며 문을 열어주지만,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 받는 건 외국 기업들의 몫입니다.
현지화 정책의 이면: '기회'와 '리스크' 사이
한 가지 확실한 건, 사우디가 이제는 "우리가 왕이고 외국 기업은 다 따라야 한다"는 스탠스로 나가고 있다는 겁니다.
과거처럼 외국 기업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던 시절은 지나갔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이 쉬쉬하며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입니다.. 현지 기업들이 이제는 당당히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 잡았고, 글로벌 기업은 이들과 손잡지 않으면 시장에 들어갈 수 없는 구조가 됐죠.
이 와중에 한국 건설사들은 꽤 진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기술 이전 요구는 기본이고, 현지 기업들의 역량 부족으로 품질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한국 기업들이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까요.
그러다 보니 비용도 자꾸 올라갑니다. "현지 기업과 협력하면 싸게 먹히겠지?"라고 생각했다가 오히려 계약 문제, 공사 지연, 재작업 같은 돌발 변수 때문에 예산이 줄줄 새는 일이 잦습니다.
품질 관리가 제일 큰 골칫거리
사우디 현지화 정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을 꼽으라면 단연 품질 관리일 겁니다.
현지 기업들은 아직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를 무리 없이 소화할 정도의 기술력과 경험이, 단연컨데 없습니다!!
예를 들어, 현지 협력 업체가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시공하거나 제품을 납품한 걸 보면,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올 정도로 품질이 안 맞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결국 추가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게 또 프로젝트 일정과 예산을 꼬이게 만드니 문제..
게다가 현지 인력을 일정 규모로 고용해야 하다 보니 미숙련 인력이 투입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고, 아예 없는 취급하다보니 프로젝트를 끝내는 데 시간이 배로 걸리는 일이 발생하곤 하죠..
사우디 건설 시장, 그래도 기회는 있다
이쯤 되면 "아, 사우디 건설 시장 들어가는 건 그냥 고생길 아닌가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요, 의외로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사우디 시장을 탐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돈이 되니까요.
사우디 정부는 Vision 2030을 실현하기 위해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아람코(ARAMCO)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발주하는 대형 프로젝트들은 여전히 매력적이죠. 그리고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얻는다면, 기업 입장에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장기적으로 보면 현지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큽니다. 사우디는 건설 외에도 다양한 산업에서 외국 기업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기 때문에, 건설 프로젝트를 발판 삼아 다른 분야로도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많습니다.
사우디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사우디 시장은 단순히 "가서 돈 벌자"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현지 파트너와의 관계를 잘 관리해야 합니다. 사우디 기업과 협력할 때는 단순히 계약 관계를 넘어, 장기적인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죠.
그리고 리스크 관리도 필수입니다. 품질 문제나 공사 지연 같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IKTVA 정책 요구 사항을 충족하면서도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죠.
마지막으로,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사우디의 정책과 규제는 변화무쌍 (실체는 근본이 없는) 하기 때문에, 이에 맞춰 전략을 빠르게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글을 마치며: 사우디, 도전이자 기회
사우디 건설 시장은 Vision 2030과 IKTVA 정책을 통해 분명히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외국 기업들에게는 도전 과제가 많지만, 그만큼 큰 기회도 열려 있는 시장입니다.
한국 건설사로서 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단순히 현지화 정책에 끌려다니기보다는, 품질 관리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주도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다음편부터 본 논지의 실체인, 사우디 프로젝트의 공급망 실체에 대한 이야기를 (신랄하게)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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